배경
몇년간 지속되던 겨울 끝에, 날이 풀리며 거짓 봄(false spring)이 찾아 왔다고 한다. 거짓 봄이라는 이름은 후대에 붙은 것으로, 이것은 진짜 봄이 아니었고 몇개월 후에 다시 겨울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의 사람들은 모두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고 믿었다.
참가자들과 그들의 일화
봄이 찾아오고, 하렌할의 영주였던 휀트 경의 딸도 마침 성년이 되었다. 당시 칠왕국 전체에 손꼽히는 강대한 영주 중 하나였던 휀트 경은 아들 딸 자랑도 할 겸, 부의 과시도 할 겸 막대한 상금을 걸고 대 마상시합을 열었고, 드디어 찾아온 봄과 동시에 열린 이 축제는 왕국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몰아 갔다고 한다.
(왕세자 라예가르 타르가르옌)
얼마나 규모가 큰 축제였냐하면, 마상시합 외에도 일곱 팀이 벌이는 난투전, 궁술 시합과 도끼 투척 시합, 경마 시합에 음유시인들의 노래 시합까지 모두 열렸다고 한다. 더스켄데일 반란 사건 이후로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던 미친왕 아에리스 타르가르옌 국왕도 왕세자 라예가르 타르가르옌과 함께 행차했으며, 왕국 전체에서 이름 높은 기사들과 영주들, 귀족 여인들이 줄지어 참가했다.
(제이미 라니스터)
킹스우드 형제단 토벌전에서 활약한 소년 영웅 제이미 라니스터가 킹스가드의 새 일원으로 임명되는 서임식도 마상시합장에서 열리게 되었다. 국왕 아에리스 2세와 왕세자 라예가르,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온 킹스가드 기사들에, 위에서도 언급한 (당시까지만 해도 '젊은 사자'로 불렸던) 제이미 라니스터가 참가하고, 여기에 북부의 대영주 릭카드 스타크가 장남, 삼남, 딸을 대동하고 참가, 동부의 대영주 존 아린이 대자인 로버트, 에다드와 함께 참석했으며, 메이스 티렐도 참석했다.
(로버트와 에다드)
(아서 데인)
제이미의 킹스가드 서임식이 끝나고, 모두의 환호 속에 제이미가 킹스가드의 상징인 흰 망토를 두르자, 아에리스는 그에게 왕도로 돌아가 왕궁에 남은 왕족을 지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신참' 자이메가 마상시합에 출전할거라 믿었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지만, 제이미 본인은 곧 자신이 무슨 상황에 말려든 것인지 깨닫는다.
아에리스는 그에게 명예를 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아에리스가 그를 킹스가드 기사로 삼은 이유는 단 하나, 킹스가드 기사가 된 남자는 결혼도 할 수 없고 재산과 작위를 상속 받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 즉 아에리스는 평소 질시해온 티윈의 후계자를 '거세'해버린 것이다.
티윈은 처음부터 그의 의도를 알았기에 자이메가 킹스가드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에 격노했고, 서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제이미 본인은 도적단 토벌에서 세운 공을 인정받고 왕국 최고의 기사가 되었다는 생각에 여태 싱글벙글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제야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분노하며, 이후 일어난 여러가지 일로 아에리스에 대한 분노가 계속 쌓인 끝에 폭발, 훗날의 시해 사건을 일으킨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관람자 중에는 마침 인근 지역을 여행 중이던 하울랜드 리드도 있었다. 크랜노그인답게 체격이 작은 하울랜드 리드를 종자 셋이 희롱하고 괴롭히는 것을 마침 주변을 지나던 리안나 스타크가 발견해서 마상 시합용 검으로 종자들을 두들겨패서(!) 구해주고, 스타크 가문의 천막으로 데려와 상처에 이런저런 처치도 해주고 연회에도 반강제로 함께 참석하게 했다. 넥(Neck)의 리드 가문은 스타크 가문의 기수니까 챙겨주는게 당연하다는 것이 그녀의 논리.
에다드가 아샤라 데인과 눈이 맞았다면 이 때였을 거라 추정된다. 연회 당시 에다드가 앉아만 있는 것을, 브랜든(에다드의 형)이 가서 '제 동생과 춤춰 주지 않겠습니까?'라고 부탁하자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당시 캐틀린과 약혼한 것은 브랜든이었고 차남인 에다드는 약혼녀가 없었기 때문에 연애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벤젠 스타크)
이 때 연회에서, 하울랜드 리드는 낮에 자신을 구타했던 종자들을 발견했다. 리안나에게서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벤젠 스타크에게 '갑옷과 말을 줄테니 복수에 나서라'는 말도 들었지만, 체격도 불리하고 훈련도 받지 않은 그에게 마상시합에 나선다는 것은 막막하기만 한 일. 그는 밤에 호숫가로 나가 옛 신들에게 도움을 구하며 기도를 하는데...
웃는 나무의 기사, 그리고 마상시합 결승전의 결말
마상시합의 첫날과 둘째날에, 하울랜드를 괴롭힌 종자들이 섬기는 세 기사는 모두 최종 챔피언 5인 자리에 들며 선전했다. 그런데, 둘째 날의 마상시합이 끝나가던 무렵, 키가 작고 짝이 맞지 않는 잡동사니 갑옷을 걸친 정체불명의 기사가 출전한다. 그 기사의 문장은 웃고 있는 위어우드였다.
이 기사는 하울랜드 리드를 괴롭힌 종자들이 섬기는 기사를 셋 모두 격파했다. 패배한 기사가 갑옷을 돌려주는 보상으로 무엇을 원하냐고 묻자 '당신 종자들에게 약자를 괴롭히지 않는 명예를 가르쳐라. 그거면 충분하다'고 대답하고는 갑옷을 돌려줬다.
이 기사의 출전은 막 해가 지고 있던 때라, 그가 세 기사를 모두 격파한 것을 끝으로 그 날의 마상시합은 끝났다. 그날 밤 열린 연회는 '도대체 그 기사의 정체는 뭐냐'는 떡밥이 지배했고, 몇몇 혈기방장한 기사들은 '내가 내일 그 기사에게 도전하여 정체를 밝혀내겠다'고 선언했으며, 국왕 아에리스 2세는 그 기사는 국왕의 친구가 아니라면서 그에게 도전하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다음 날, '웃는 나무의 기사'는 출전하지 않았고, 국왕은 격노하여 왕세자 라예가르에게 그를 찾아내라는 명령까지 내렸지만, 라예가르가 찾아낸 것은 그 기사가 썼던 방패와 갑옷 뿐이었다. 결국 남은 두 챔피언 라에가르와 바리스탄 셀미의 시합에서 우승한 것은 왕세자 라예가르였다.
우승한 기사에게는 '사랑과 미의 여왕'의 화관을 한 여성에게 바칠 권리가 주어진다. 사람들은 라예가르 왕자가 자신의 아내인 왕세자비 엘리아 마르텔에게 화관을 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라예가르는 자신의 부인을 지나쳐, 스톰랜드의 대영주 로버트 바라테온과 약혼한 사이였던 리안나 스타크에게 화관을 바쳤다.
후일담
리안나와 라예가르는 마상시합이 끝나자마자 실종되었다. 브랜든 스타크는 이를 라예가르의 납치로 규정하고 킹스랜딩에 가서 항의하나 아에리스 2세는 이를 자신의 장남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릭카드 스타크와 브랜든 스타크, 당시 스타크 가문의 수행원들이 모두 살해당했고, 이후 아에리스 2세가 존 아린에게 대자들을 왕궁으로 보내라고 요구하면서 로버트의 반란의 서막이 오른다.
졸지에 만악의 근원이 된 이 마상시합을 연 휀트 가문은 직후 벌어진 로버트의 반란에서 몰락하고 만다. 17년(드라마 시정)이 지난 시점에서는 존재감도 희미한 몰락한 가문. 과부가 된 휀트 부인만 남아 쓸쓸하게 살고 있다.
아샤라 데인은 이 마상시합에서 스타크의 남자와 동침, 아이를 임신했고, 반란이 끝나갈 무렵 사산했다고 한다. 아이는 딸이었다고. 아서 데인을 포함한 세 명의 킹스가드는 기쁨의 탑에서 에다드 스타크와 그의 동료들 일곱 명과 싸우다 전사했고, 전쟁이 끝난 뒤 에다드는 죽은 아더의 검을 들고 데인 가문의 성에 찾아온다.
아샤라 데인과 대면한 에다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당시 스타폴(Starfall, 데인 가문의 성)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에다드가 떠나자 아샤라는 절벽 위의 탑에서 바다로 투신 자살했다고 한다.
이 당시 아샤라와 에다드 사이의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윈터펠 성 내에서는 '존 스노우의 어머니가 아샤라 데인이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이것을 전해들은 캐틀린이 사실 여부를 묻자 에다드는 불 같이 화를 내고 소문의 출처를 물었는데, 이후로 그녀의 이름이 성 안에서 들리는 일은 다시는 없었다고 하지만, 15년이 지나 에다드가 죽고 그와 캐틀린 사이에서 나온 아이들이 장성한 시점에서도 소문 자체는 윈터펠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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